남남갈등의 뿌리와 현실
최근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남남갈등 역시 깊어지고 있다. 정치적 견해의 차이는 곧 갈등을 넘어 저주로 치닫고 있다. 참 불행한 현상이다. 분단체제의 비극이 내부 식민화의 문제로 재생산된다. 왜 우리는 이리도 속알머리 없는 민족이 되었는가? 본래 기층문화는 그런 게 아니었는데, 내가 보기에는 정치가의 책임이 크다. 분단과정에서부터 그랬다. 강대국의 이권 노름으로 삼팔선이 그어졌지만, 70년이 넘도록 분단이 고착되고 체제화 된 데에는 한반도 내부의 정치지도자 책임이 크다. 북의 김일성이나 남의 이승만이나 해방공간에서 권력의지가 남달랐다. 자신의 정치권력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해방이후 건국의 아버지로 칭송 받기도 했으나, 역사적으로는 분단을 고착 시킨 권력의 화신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그들에 대한 정치적 평가가 엇갈리는 지점에서 남북의 대결구도는 지금도 재생산되고 있다. 그런 구도의 연장에서 남한 내부의 남남갈등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남남갈등은 이제 정치적‧경제적‧사회적 문제로 똬리를 틀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남북대결 구도뿐만 아니라, 남한에는 진보 대 보수의 대결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정치적 혐오를 야기할 정도로 그 갈등은 저주의 굿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정치적 논쟁의 장은 사라지고 극단적 비난의 세몰이가 횡행하고 있다. 게다가 지역 간에 세대 간에 정치적 갈등과 저주 양상은 확산되고 있다. 그간 어렵게 이루어 온 민주주의의 후퇴가 우려스럽다.
경제적으로 불평등의 심화는 남남갈등의 심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고루 못 살았지만, 지금은 퍽 고르잖게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 해서 과거에 비해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으면서도 상대적 빈곤감은 심화되고 있다. 건전한 중산층 세력이 허물어지고 상위 10%와 다수의 하위계층 간의 위화감이 깊어지고 있다. 모든 사회병리와 잔인한 범죄는 이런 경제적 양극화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함께 가난하던 시절에는 그래도 마을공동체라는 유산이 살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가 각자도생의 길로 치닫는다.
우리나라는 교육열의가 높은 반면에 교육경쟁에 따른 갈등구조가 유독 심한 나라가 되어버렸다. 공교육이 대학입시 경쟁의 도구로 전락한지 오래다. 시험점수로 사람을 갈라치기 하는 동안에 가짜 엘리트가 양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마침내 부동산 문제와 교육문제에 관한 한 답이 없는 나라로 전락하고 말았다. 학벌이 계급보다 더 위력을 발휘하는 동안에 학벌사회의 병리가 정치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참으로 우려스럽다.
지금은 우환의식에만 멈출 수가 없다. 문제 해결을 좀 더 체계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다. 뭣보다도 정치가 문제다. 우선 정치부터 달라져야 남남갈등이 조금씩 완화될 게다. 정치가 좋아지는 만큼 경제와 교육도 좋아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정치문제는 단지 정치가의 소관사라기보다 근원적으로 깨인 민중의 힘에 달려 있다. 우리에게 민주의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나라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