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저하: 무엇을 어떻게?
<지리산책> (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 지리학) 교실에서 세계의 출산율 실태와 한국의 급격한 출산율 저하문제를 다루었다. 대륙별 출산율은 유럽이 가장 낮고 아프리카 대륙이 가장 높다. 나라별로는 한국이 0.65명으로 가장 낮고 아프리카 니제르가 6.1명으로 가장 높다. 소득이 높고 복지가 잘 된 나라에서도 출산율은 낮다. 세계에서 가장 국민소득이 높은 노르웨이는 출산율이 1.5명인데, 우리나라는 작년 4/4분기에서 0.65명을 기록했다. 이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박찬석 총장은 한국여성이 출산을 거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여성의 사회진출 문제를 든다. 해서 출산 때문에 여성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게다. “출산이 줄어가는 현상은 한반도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현상과 같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없다.”면서 그 대안을 제시한다. 여성이 좋아하는 직업과 출산을 결부시키는 법제도의 제안이다. “여성이 선호하는 직업인 교사, 공무원, 공기업, 의사, 변호사, 교수 등에 출산과 결부하는 법제정이 필요하다. 출산한 여성에 한하여 기회를 부여한다. 공동체를 위한 처방이다.”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는 현실적 처방이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현안과 근본이유를 아울러 김민남 교수(경북대 명예교수)는 그 진단과 처방을 이렇게 말한다.
「그 어떤 형태의 정책과 제도로도 우리나라 출산율을 끌어 올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순혈주의, 가치 다양성 상실의 삶을 살아왔고, 그것이 우리 일상의 루틴이 되어 있다. 중앙과 변방으로 갈라진 사회, 1등만 있고 2등은 모르는, 1등과 기타로 분별하는 사회로 퇴행했다. 시험이 사람을 잡아먹고 사람관계를 결정해버리는 세월을 살고 있다. 천민자본주의 행태를 자신의 잘난 능력이라고 대놓고 자랑하는 선거판 정치꾼들을 목격하고 있다. …(중략)
여성의 사회진출(자연스런 자아실현 욕망)을 무엇이 가로 막는가? 돈으로 때우려는 복지로 출산을 유도할 수 없을 것이다. 여성학이나 사회학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으로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에 앞서, 우리사회의 분열구조에 대해 고민하고 분열현상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처하는 태스크 포스를 만드는 것이 어떤가?」(지식과 세상, 카톡 포스팅, 2024.03.28)
그렇다. 각자도생하는 분열현상에 직접적으로 대처하는 태스크 포스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절박할수록 공론화 과정이 중요하다.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 사람들은 더욱 영악스러워 졌다. 영악스런 계산으로 보면 출산은 족쇄이자 빚더미다. 지구차원에서 보면 이미 인구과잉이다. 거대인구로는 어떤 해결책도 해결책이 아니란다. 인간존재 자체가 지구에 짐이 된 시대다. 어쩌면 우리나라 여성들이 참 영특하다. 게다가 기후위기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기후악당 나아가 기후바보로 꼽힌다.
이훈도 선생(사람대 사람/지식과 세상)은 김민남 교수의 결론 대목에 공감한다면서 듀이에 기대어 이렇게 말한다. “민주주의사회라면 국가공동체와 국가존립, 국가주권은 모두 인간 상호간의 자유롭고 공동체적 연대와 상호작용에서 하위의 한시적 성격을 지닌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듀이는 민주사회에서 국가공동체의 존립도 중요하지만 인간 상호간의 자율적이면서 공동체적 연대감과 관계가 더 우선되어야 한다는 게다. 해서 극처방적인 저출산 대책은 임시방편적인 비상대책에 불과하다는 우려를 표한다.
당대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서식조건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 서식환경은 생태적이자 사회문화적이고 영성적 문제로 얽혀 있다. 동시에 그것은 장기적이고 다차원적인 문제다. 따라서 ‘어떻게?’ 라는 현실적 처방도 다면적․장기적 안목으로 추동되어야 할 게다.
내가 보기에 생명(생존)의 진화는 스스로 그러한 자기조절 능력의 산물이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는 이미 티핑 포인트를 지난 것 같다. 출산율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운 난제가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