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행복
40대 후반이 된 딸(태영)이 늦게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했다. 참 인연은 알 수 없다. 천생배필로 읽힌다. 두 사람이 함께 교수로 일하니 생활 리듬도 비슷하다. 귀엽게 자랐고, 하나뿐인 사랑하는 딸이다. 지난 8월 31일 양가 가족과 딸과 사위의 가까운 우인들이 함께 참석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연회자리를 마련했다. 연회석 자막에 <우리 잘 살게요>라는 문구가 참 인상 깊게 와닿았다. 순서에 따라 나는 혼주로서 인사말을 이렇게 했다.
오늘 두 사람의 ‘만남’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인연은 참 신비롭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천생연분일 겁니다. 저는 대학에서 정년 고별 강의에서 다시 태어나도 교수이고 싶다 했습니다. 근데 우리 집에 교수 한 사람이 늘었습니다. 나로서는 그야말로 ‘금상첨화’입니다. 조서방은 속이 깊은 인문학도여서 나랑 이심전심으로 잘 통합니다.
딸 태영이는 우리 집의 사랑스런 딸입니다. 화사한 표정은 우리 집 꽃입니다. 가끔 웃음소리가 큰 게 특징입니다(하객들이 웃음으로 응답).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태도라 하더군요. 두 사람이 순풍에 돛단 듯 행복한 삶을 일궈가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당사자도 순서에 따라 간단히 인사말을 했다. 아내는 내게 딸이 오늘 말도 잘하더라고 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우리 내외에게 오늘은 참으로 좋은 날이다. 집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그냥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그 눈물 속에는 그간 딸에 대한 어머니의 애절함이 녹아 있을 게다.
나는 딸이 미국서 공부할 때 공항에서 떼어놓고 헤어지면서 딸도 울었지만, 기내에서 나 혼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집사람의 눈물이나 그때 내 눈물이나 그야말로 ‘언어도단’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우리에게 내리사랑은 그 끝이 없다. 딸의 행복이 노년에 우리 내외의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