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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넘어 행복으로

평촌0505 2011. 9. 5. 10:26

자유를 넘어 행복으로

 

  제20차 아사아지적장애인대회(ACID)가 2011년 8월 21일부터 26일까지 제주 라마다프라자 호텔에서 개최되었다. ‘자유를 넘어 행복으로’(passing from freedom to happiness)는 이 대회의 주제이다. 원래 이 주제를 착안한 것은 김정권(金正權; 대구대 특수교육과 명예교수) 교수이다. 그리고 이번 대회의 조직위원장으로 같은 학과 동료교수인 김용욱(대구대 특수교육과) 교수가 수고를 해주어 속으로 더욱 자랑스러웠다. 김정권 교수는 이 대회의 11차 서울대회(1993)를 이끌어 온 대회장이고 아시아지적장애인연맹의 종신이사로서 이 대회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아마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 오면서 아시아지역의 역사성은 ‘자유쟁취’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아시아는 자유와 더불어 포스트모더니티의 시대성을 반영하는 ‘행복추구’가 주요 화두로 등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회의 주제는 퍽 함축적이다.

 

  대회 환영만찬회에서 사회자가 “여러분 행복합니까?”라고 되물으니, 옆자리의 방글라데시에서 온 참석자가 유난히 큰 목소리로 ‘행복하다’고 소리쳐 모두 그 사람을 쳐다보면서 함께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 우선 내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우리가 지적장애인을 행복하게 해주려면 우선 우리 자신부터 그들을 대하는 동안 행복해야 한다. 이번 대회 첫날 키노트를 발표하신 김보경(경북대 교육학과 명예교수) 교수께서는 캐나다에서 중증지적장애인과 함께 있을 때가 어느 때보다 맘이 편안했다고 회고하고 있다.

 

  지적장애인을 비롯해서 모든 장애인이 행복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게 하기위해 우선 내 자신이 행복해져야 하고, 그래서 그 행복을 그들과 나누며 살 수 있어야 한다. 내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동안 장애인은 나로 인해 그 불행을 더욱 일상화할지 모른다. 이번 대회에서 내가 인상 깊게 지켜본 것은 우연히 같은 세션에서 일본의 지적장애당사자가 아주 행복하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발표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나를 비롯해서 모든 발표자들은 모두 잔뜩 긴장해 있는 터에 일본의 여성지적장애발표자는 의상도 일본의 전통적인 화려한 의상으로 치장하고 여유만만하게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국제 대회이기 때문에 발표는 그녀의 모국어인 일본 말로하고 대신에 동행한 인터프리터가 영어로 동시통역을 해주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많은 박수를 받았고 밝은 표정으로 화답하였다. 당당하고 행복감에 넘치는 그녀의 표정이 내게는 신선하기까지 했다. 그렇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 질 권리가 있다. 그리고 행복해 질 수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참석자가 행복하다고 소리치니 나도 따라 행복해지는 듯 했고, 함께 발표하는 여성지적장애발표자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고 그녀로부터 나는 행복을 새삼 학습할 수 있었다. 네가 행복하니 내가 행복해지고, 네가 불행하면 나도 불행해 진다. 이렇게 네가 있으니 내가 있고, 내가 있으니 네가 있다. 행복의 연기(緣起)가 이번 대회에서 내가 얻은 최대의 선물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가족과 함께 이 대회에서 행복을 나눈 것이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는다. 김병하(2011.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