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짐이 되는 나이다. 아직도 책을 읽지만, 집에 쌓인 책을 보면 부담이 간다. 집사람은 손녀가 대학가면 어차피 아파트 평수를 줄여 이사해야하는 데, 집에 쌓인 책들은 어찌할 거냐고 다그친다. 그때 가서 보자고 미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 평생 교수 노릇해 온 내게 책은 무엇인가? 대학 졸업 후 나는 도서관 임시 사서로 일하면서 첫 월급으로 책장을 맞췄다. 그 때 맞춘 책장은 튼튼한 원목이어서 53년째나 내 서재에 의연히 버티고 있다. 아마 내가 가장 오랫동안 간직해온 유물로 남을 게다. 노후에 이사를 해도 다른 책장은 몰라도 이 책장만은 내가 끝까지 챙길 작정이다. 나는 대학에서 정년하면서 마지막에 연구실 책 뺄 때가 가장 허전했다. 물론 정년 직전에 가까운 제자들에게 필요한대로 책을 나눠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