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 8

인류세에 인간의 영적 자폐성

인류세에 기후생태 위기는 곧 인간 존재의 영적 위기이기도 하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대량생산-대량물류-대량소비-대량 쓰레기 배출’은 인간을 끊임없이 물성화하는 연결고리다. 『생태 영성』(2014)은 내게 생태와 영성의 연관에 대해 많은 시사를 준다. 책의 원제목도 ‘영적 생태학’(spiritual ecology)이다. ‘영적 생태학’은 곧 ‘심층 생태학’이다. 존 시드(J. Seed)는 잠든 나의 영성을 이렇게 일깨워준다. 우리가 안을 향해 돌아서고,절묘한 행성의 서로 얽혀 있는 생물학 속에서우리의 참된 뿌리들과 마주치게 될 수만 있다면,이런 뿌리들을 통해 자양분과 힘이 용솟음칠 수만 있다면,그리고 수십억 년 동안 계속된 그 춤이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단호하게 결심할 수만 있다면. 책에는 분리된 자기..

카테고리 없음 2025.06.27

맨발로 땅 밟기

나는 어릴 때 맨발로 뛰어노는 게 일수였다. 맨발로 낙동강 모래사장을 걸으면 발바닥이 따끈했다. 발바닥으로 느끼는 고향의 추억이 아련하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는 운동장에서 맨발로 달렸다. 내가 달리기를 잘해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비교적 다리가 튼튼한 편이다. 하지만 80줄에 드니 걸음도 더뎌지고 힘이 빠진다. 나이 탓이기도 하지만, 내 생활 습관과도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나는 읽고 쓰기를 하는 동안은 의자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 의자의 배신이라는 말이 있다. 의자에 너무 오래 앉아 있지 말아야 한다. 그래도 내 몸의 DNA에는 수렵 시대 이래로 맨발로 뛰어노는 게 내축 되어 있을 게다. 이즘은 컴퓨터 자판기 앞에서 오래 앉아 있지 않는다. 특별히 바쁜 일도 없지만, 가능하면 작업을 짧게..

카테고리 없음 2025.06.22

향아설위(向我設位)와 성령(性靈)의 진화

해월 최시형(1827-1898)은 죽기 한 해 전 수운 선생이 득도한 날에 스스로 ‘향아설위’(向我設位) 제사법을 단행했다. 이것은 제사상의 밥그릇 위치를 벽을 향하는 것으로부터 나를 향해 차리는 방식으로 제사법을 변혁한 것이다. ‘향아설위’는 조상이 저쪽 벽을 타고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모셔져 있으므로 나(자손)를 향해 상을 차리라는 게다. 요즘은 제사 문화도 많이 간편화되고 제례로서 기능을 점차 상실하고 있다. 내 경우도 장조카가 조상 제사를 한 날로 모아 지내는 걸 보고 아예 참례를 포기했다. 그 대신 부모님에게는 내 나름 ‘향아설위’하는 쪽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내친김에 나는 아들딸에게 따로 제사를 지내지 말고, 그냥 너희끼리 만나 식사하면서 덕담이나 나누라고 당부하고 싶다. 함께 만나 ..

카테고리 없음 2025.06.21

수심정기(守心正氣)에서 삼경(三敬)으로

‘수심정기’(守心正氣)는 『동경대전』의 수덕문(修德文>에 나오는 수운 최제우의 가르침이다. ‘수심’(守心)은 한울님이 내게 품부한 본래의 마음자리를 꼭 붙들어 지키라는 게다. 부단히 생멸하는 마음의 상태가 인간의 현상적 마음이다. 이 생멸하는 마음에 그냥 끌려가지 말고, 내 속에 한울님의 마음이 자리 잡게 하라는 게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몸의 기운을 바로 세우는 게 ‘정기’(正氣)다. 김용휘는 『평민철학자 해월 최시형』(2025)에서 ‘수심정기’의 핵심은 한울 마음과 한울 기운에 내가 연결되어 삶을 주체적으로 운용하는 방법이랬다. 시베리아 철새가 한반도까지 이동할 때 그냥 날개의 힘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기류를 타고 온단다. 기류를 탄다는 건 거기에 몸을 싣되, 자기중심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카테고리 없음 2025.06.20

탄소중립과 경제성장: 탄소중립 없이 성장할 수 없다

기후생태 위기 대응과 경제 성장은 과연 양립할 수 있는가? 화석연료에서 탈피하면서 경제 성장도 지속 가능한가? 그 가능성을 실험하는 일부 선진국의 단기적 사례만 있을 뿐이고, 전 지구적 탄소중립은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경제 성장을 줄이더라도 기후 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정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재명 정부의 기후 정책 특징은 성장 전략의 한 방안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화석연료에서 탈피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가는 ‘전환’을 통해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게다. 우리나라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을 내세워 4대강 사업을 벌였지만 ‘토건 사업에 녹색 칠만 한 꼴’이 되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는 ‘그린뉴딜’을 꺼내 들었지만 실패했다. 최원형은 차선책..

카테고리 없음 2025.06.17

'대동'에서 '대등'으로

‘대동 세상’이라는 이름으로 내게 새로 단톡 메시지가 들어온다. ‘대동’(大同) 은 대학가에서 한동안 엄청나게 유행했다. 지금도 그럴 거다. 우리나라는 벼농사를 기반으로 마을 단위의 대동 문화가 면면히 이어져 왔다. 안병욱은 대동사상의 어제와 오늘>(한겨레, 2025.06.13.)에서 “조선 대동론은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의식이었다. 조선 지배층은 신분 차별적인 통치체제를 고수하면서 고질적인 폐단들을 미봉책으로 넘기곤 했다. 이런 지배층에 맞서 사회변화에 따른 제도개혁을 위해 내세운 평등 지향의 이념이 곧 대동”이랬다. 이처럼 대동 의식은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역사적 자양분으로 이어져 왔다. 박찬석(전 경북대 총장)은 지리 산책> ‘대한민국의 민주주의’(2025.06.10.)에서 대한민국을 ..

카테고리 없음 2025.06.16

이목(李木) 선생 추모제에 다녀와서

비 내리는 주말(2025.06.14.) 교육계의 참스승으로 존경받는 이목(李木; 1922-2015) 선생 10주기 추모제·추모비 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지식과 세상> 조합 일행이 승용차로 선생님의 묘소가 있는 의성군 금성면 산운리 쪽으로 갔다. 대구서 출발할 때만 해도 비가 많이 내렸으나 의성 산운생태공원 집결지에 도착하니 신통하게 비가 멈췄다. 비 온 끝에 산수가 더 신선하게 우리 일행을 맞아 주었다. 사실 나는 살아생전에 이목 선생님을 직접 뵈온 적이 없었다. 주로 김민남 교수(경북대 명예교수)를 통해 우리나라 교원노조 설립 운동 원조라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 게다가 선생님은 말년에 일부러 우리 지식과 세상> 조합을 방문하셔서 기부금까지 내셨다. 그런 인연으로 오늘 나는 선생님의..

카테고리 없음 2025.06.15

역사 의식과 책임

역사의식을 가지고 산다는 건 어떤 삶일까? 최근 내가 참여하는 지식과 세상> 사회적 협동조합의 역사 정리로 나름 신경이 쓰인다. 나는 어떤 동기에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가? 게다가 왜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가? 아무도 선뜻 이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혹여 이 일의 필요성은 인지하더라도 직접 챙겨서 추진하려는 ‘일꾼’이 눈에 띄지 않는다. 모처럼 맘먹고 함께 추진하고자 권유해도 이런저런 이유로 기피 한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챙겨 추진할 수밖에 없다. 왜 그래야 하는가? 나는 정년 후에 마지막 사회참여 활동으로 2014년부터 지식과 세상> 사회적 협동조합에 설립 이사로 여기까지 왔다. 조합 참여 활동을 통해 정년 후의 내 생활은 그나마 활기가 있었다. 그간 함께 공부하고 발표에 참여하..

카테고리 없음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