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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와 에너지 패권전쟁

산업혁명은 곧 에너지혁명이다. 산업혁명 초기에는 주로 석탄에 의존해 왔으나, 2차대전 이후에는 석유, 원자력, 천연가스 외에 재생에너지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에너지 과잉 소비는 마침내 지구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키는 ‘인류세’(anthropocene)를 초래한 게다. 최근 양수영(한국석유공사 사장 역임)은 『세계에너지 패권전쟁』(2025)을 냈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세계 강국들의 에너지 패권전쟁이 우리를 어떻게 인류세의 곤경에 빠트리고 있는가에 관심이 쏠린다. 책에는 세계에너지 패권을 세 갈래로 나눈다. 첫째는 석유를 둘러싼 에너지 전쟁이다. 20세기는 석유 패권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유를 보유한 나라는 일약 경제적 풍요를 누리게 되었다. 1차 산업혁명이 석탄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혁명..

카테고리 없음 2025.05.12

욕망의 항아리도 극락에 갈까요?

손녀가 부처님 오신 날에 절간에 들렸다가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절밥을 얻어먹고 싶어 캠퍼스 근처 사찰(연화사)에 갔다나. 이미 점심 공양은 끝난 터라 경내에 있는 도서관 겸 카페에 갔더니 분위기가 좋더랬다. 손녀는 절밥을 먹지는 못했으나, 마음이 따뜻하고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더랬다. 나는 손녀의 블로그 글이 기특해 “부처님은 이미 네 마음속에 와 있다. 좋은 경험이다. 내겐 네가 여래다!”라고 카톡을 날렸다. 손녀는 어릴 적부터 우리 집에서 밝고 건강히 자랐다. 우리 집 오아시스였다. 아내의 손녀에 대한 내리사랑은 지극하다. 나도 손녀를 퍽 사랑하지만 결이 좀 다르다. 어버이날에 손녀가 내게 커피와 빵을 카톡 선물로 보내왔다. 그걸 보고 내가 내리 세 번이나 ‘세상에!’라며 감탄하더라고 아내가 놀린다...

카테고리 없음 2025.05.10

통영 나들이

모처럼 5월 연휴(5,6일)에 딸과 사위가 우리 내외와 통영 쪽으로 여행을 잡아 놓았다. 남해와 통영은 우리가 좋아하던 곳이어서 즐겨 찾던 곳이다. 하지만 나이 들면서 장거리 여행은 점차 뜸해지고 있다. 아침 9시 좀 지나 출발해 12시경에 통영서 만나기로 했다. 경산에서 청도와 밀양 쪽을 거쳐 마산에서 통영 가는 길로 방향을 잡았다. 생각보다 주행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연휴에 길이 막혀 광주에서 출발한 딸 내외는 우리보다 늦게 도착했다. 사위가 통영 동피랑 쪽에 숙소를 잡아 놓았다. 그곳은 길이 좁아 주차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위가 안내하는 해물 뚝배기집으로 갔더니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우리는 한참 기다린 끝에 2시 가까이 되어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오후에 우리는 미륵도 케이블을 타고 ..

카테고리 없음 2025.05.07

창조적 주권 발현의 삶

나이 들면서 나다운 삶의 양식에 대해 생각해 보곤 했다. 회갑이 지나고, 더 구체적으로는 정년 이후부터 그랬다. 그러다 80줄에 접어드니 생활이 단조롭고 좀 따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도 마침내 노인 갱년기가 닥친 걸까? 이러던 참에 『창조주권론』(조동일, 2025)을 접했다. 나는 오래전부터 책을 통해 조동일 교수로부터 학문하는 방법이나 안목에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 책에서 “창조주권은 창조하는 주체가 스스로 수행하는 권한이고 능력”이랬다. 지금까지 나는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혹은 일상 생활인으로서 ‘창조 주권’을 얼마나 발현·수행해 왔는가? 일의 종류와 관계없이 자기 일에 몰입하는 일꾼은 창조를 수행하는 권한과 능력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시험공부하느라 밤새운 적이 있다. 정말 시..

카테고리 없음 2025.05.03

인류세에 에너지 패권

기후생태 위기 시대에 에너지 절제는 고사하고 에너지 패권 경쟁이 가열화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협하는 다중 위기 시대임을 절감한다. 이른바 인류세의 그림자가 갈수록 짙어지는 현실이다. 최근 양수영의 『세계 에너지 패권전쟁』(2025)을 접하고 보니 더욱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 경제성장을 포기하지 않고 세계적으로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한에서 기후생태 위기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최근 트럼프가 러시아 쪽에 호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결국 에너지 패권과 무관하지 않을 게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석유 생산국이며, 천연가스 확인 매장량은 세계 1위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매장량 규모는 미국의 3배가 넘는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 개발되는 유전이나 가스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지만, 광대한 영토를 지닌 러..

카테고리 없음 2025.04.30

'인류세'의 강을 건너지 말기를

지구에 홀로세의 안정기는 지났고, 이제 ‘우리는 인류세’(Anthropocene)에 발을 딛고 있다. 홀로세의 안정적인 기후 덕분에 약 1만 2천 년 전부터 인류는 수렵 채취를 끝내고 한곳에 정착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른바 ‘농업혁명’을 가져온 게다. 농업은 지구의 자연사에서 인류가 환경에 적응하는 대신 환경을 바꾸어 가게 했다. 벌판에 불을 질러 밭을 일구고, 멀리 흐르던 물을 끌어들여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인간은 땅의 노예가 되었다. 농업혁명으로 식량 확보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수렵하던 시대에 비해 땅에 붙들려 훨씬 많은 노동을 바쳐야만 했다. 이정모는 『찬란한 멸종』(2024)에서 농업혁명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 첫 번째 혁명이라면, 두 번째 혁명은 산업혁명이랬다. 산업혁명 덕분에 ..

카테고리 없음 2025.04.25

노년의 한계와 삶

80줄에 드니 이래저래 노화를 체감한다. 우선 청력이 떨어져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다. 아직은 난청이 심하지 않지만, 가능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말아야 한다. 다초점 안경을 착용한지 오래 되었지만, 백내장과 녹내장 약을 계속 눈에 넣고 있다. 어제는 치과에 가서 이빨을 빼고 인플란트를 심기로 했다. 당분간 소염제와 항생제를 복용하란다.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감각기관이 망가지는 건 사용할 만큼 사용했다는 게다. 이른바 노년의 한계다. 삶은 무상(無常)하다. 모든 게 변하기 마련이다. 노화에 따른 변화는 하향 곡선이다. 나이가 들어도 몸의 시간은 젊게 보내라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나도 가능하면 집에서 청소도 하고, 햇살 좋은 날 산책하기를 좋아하지만, 몸과 맘이 따라줘야 가능하다. 이즘은..

카테고리 없음 2025.04.20

삶의 속도와 깊이

해방둥이인 나는 참 가파른 격변의 삶을 살았다. 20대 중반까지는 가난한 농업사회를 살았고, 50대까지는 고도성장의 산업사회를 살았다. 총각 때는 가난했으나 결혼 후에는 고도성장 덕분에 경제적으로 차츰 안정을 찾았다. 50대 이후에 나는 산업사회와 지식정보가 혼재하는 그런 변화의 와중에 살았다. 그러다가 대학에서 정년하고 이른바 디지털 시대를 맞아 격변의 혼란을 체감한다. 솔직히 지금은 AI 기술혁신이 부담스럽다. 낯설기도 하거니와 그 변화가 두렵다. 이런 격변의 시대에 내 삶의 속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난감하다. 이미 80줄의 노인이지만, 여생에서 삶의 속도 조절과 깊이가 큰 숙제이자 하나의 곤경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즈음 나는 세상의 변화 속도도 빠르지만, 나 자신의 노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카테고리 없음 2025.04.17

특수에서 보편으로: 모두를 포용하는 통합교육

나는 오랜 세월 특수교사를 기르는 일에 종사했다. 정년하고 10년 이상이나 훌쩍 지났건만 교육공동체벗> 편집자로부터 원고청탁을 받았다. 숙의 끝에 약 20년 전에 발표한 글을 다시 보완해서 게재하는 쪽으로 합의했다. 함께 참여한 집필자는 현장 교사, 그것도 특수교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게 중에는 내가 잘 아는 제자도 있다.《특수에서 보편으로》(2025)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책을 받고 보니, 윤상원(특수교사)이 대표 저자로 머리말> 글을 쓴 게 보여 반가웠다. 그야말로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능력주의(ableism)와 장애 차별주의(dis-ableism)는 암묵적으로 공생하며 강화되었다. 오늘날 통합교육의 위기는 특수를 넘어 보편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길목을 막고 있는 능력주의와 ..

카테고리 없음 2025.04.14

노년의 여생

해방둥이로 태어난 내가 이제 80줄에 들었다. 속절없이 노년이 된 게다. 평생 교수로 일하고(1972-2012) 무사히 정년했다. 정년 후에도 내 나름 읽고 쓰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근데 그 리듬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나이 들면 ‘노인 갱년기’라는 게 있다. 그날이 그날이고 일상의 틀이 바뀌지 않고 단조롭게 유지되는 삶이다. 이른바 변화 없는 삶의 연속이다. 세계적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크는 85세 이후를 자신의 노인 갱년기랬다. 듀이는 90이 넘어서도 저술 활동을 유지했다. 대단한 노익장이다. 국문학자 조동일 교수는 80대 중반임에도 여전히 생산적인 유튜브 강의와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론물리학자 장회익 교수는 80대 후반임에도(최근에 좀 뜸하긴 하지만) 정년 이후 비교적 왕성한 저술..

카테고리 없음 2025.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