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557

아들 생일 즈음에

오늘은 51번째 아들 태균(泰均)의 생일이다. 이제 아들은 중년이고 나는 속절없이 노년이다. 세월이 무상하다. 대를 이어가는 생명의 진화가 신비롭다. 아들 생일에 내 80 평생의 삶을 되짚어본다. 1974년에 내가 아들을 낳을 때만 해도 신혼 초에 단칸방의 단출한 살림이었다. 그때는 대부분 그랬다. 70년대 중반부터 고도성장에 힘입어 우리 집 가정 살림도 비교적 순탄하게 좋아졌다. 나는 결혼하고 약 2년이지나 그 당시에 흔치 않은 작은 아파트 생활을 시작했다. 비로소 내 집이란 걸 마련했다. 공간적으로 삶의 안정을 느끼는 결정적 계기였다.  그로부터 내 삶은 비교적 무난하게 상승했다. 결혼 전의 경제적 어려움과 심리적 갈등을 생각하면, 맹자의 항산(恒産) 연후에 항심(恒心)이 가능하다는 걸 체감했다. 나..

카테고리 없음 2025.03.12

마음 안의 공덕: 어찌 지켜낼 건가?

마음 안의 공덕은 내 안의 영적·정신 세계의 상승을 유지하는 삶이다. 마음 안의 공덕은 영성적 성장을 위한 것이기에 그 끝이 없다. 그리고 그 공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지난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숙제다. 마음 안의 공덕은 사람다움의 과정(becoming/process)에 내재한다. 나는 요즘 이래저래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기 어렵다. 우선 내 마음이 편치 않고 흔들린다. 뭔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게다가 가정에서는 아내의 불평이 늘어난다. 밖에서는 지식과 세상> 조합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 나이 들면서 스스로 이래저래 심신의 한계를 체감한다. 이런 때일수록 하늘이 내게 품부한 본래성을 회복해 평상심을 유지하는 게 긴요하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내가 누구로부터 칭찬받거나 비난받을까 봐 신경 쓰..

카테고리 없음 2025.03.11

인류세에 정보 네트워크의 힘

인류세는 정보와 에너지 소비가 넘치는 시대다. 특별한 정보네트워크의 힘은 특별한 에너지 소비를 보태기 마련이다. 지식정보 시대에 정보네트워크의 위력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해지고 있다. 인류세에 기후생태 위기를 완화 조정하기 위한 대안으로 우리는 정보네트워크의 힘을 지혜롭게 활용할 수는 없을까? 이런 문제의식에서 나는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Nexus)』(김명주 옮김, 2024)를 해독해 본다.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기술 혁신 덕분에 우리네 삶이 전반적으로 편리하고 나아진 게 사실이다. 최근 몇 세대 동안 기술 혁신과 정보생산은 그 양과 속도에서 전례 없이 증폭했다. 하지만 숨 막힐 듯 빠른 속도로 유통되는 정보 때문에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다중위기를 겪고 있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유발 하라리는..

카테고리 없음 2025.03.07

구미 금오산 나들이

경산에서 구미까지 전동열차가 새로 개통되었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 4김 모임에서 90대 밑자락이지만 여전히 활기가 있으신 K 교수께서 구미까지 나들이를 제안했다. 경산에 거처하는 3김이 경산역에서 만나 구미행 전동열차를 탔다. 새로 개통한 열차 내부가 깨끗하고 의자가 따뜻했다. 게다가 67세 이상 노인은 무료 탑승이 가능했다. 살기 좋은 세상이다. 구미는 나의 고향이다. 나는 구미에서 약 5킬로 떨어진 낙동강 변의 평촌(고아 괴평리)에서 해방둥이로 태어났다. 내가 태어나자 할머니는 첫 7일 동안 새벽에 낙동강 물을 이고 와 내 몸을 씻기셨단다.  모처럼 고향 쪽으로 가는 나들이지만, 이제는 고향에 아는 친척과 친구도 거의 없으니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다는 시구가 떠오른..

카테고리 없음 2025.03.01

인류세의 인간학

인류세는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특이한 곤경이다. 우리에게 인류세는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곤경’이다. 문제는 노력하는 만큼 해결이 가능하지만, 곤경은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이자 난관이다. 인류세에 기후생태 위기는 우리에게 죽고 사는 실존적 위기다. 아니 그 위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의 곤경이자 난제다. 앤 드루얀은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2020)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깨어날 수 있을까? 기후변화와 핵 재앙이 인류문명과 수많은 다른 종들을 돌이킬 수 없게끔 파괴하는 미래로 몽유병자처럼 걸어가는 일을 어떻게 하면 그만둘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을 —공기, 물, 지구의 생명을 떠받치는 구조, 미래를— 돈과 단기적 편리보다 귀하게 여기는 법을 ..

카테고리 없음 2025.02.21

인류세에 인간의 존재: 인류세 인문학 담론

약 12,000년 동안 이어져 온 홀로세는 막을 내리고 인류세(anthropocene)가 도래했다. 인류세는 인간의 힘이 비대해져 지구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킨 시대다. 인류세는 길게는 산업혁명 이후부터 짧게는 20세기 중반 이후 도래한 대격변의 시대를 지칭한다. 나는 홀로세의 마지막 세대이자 인류세의 첫 세대다. 그야말로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게다. 최근 인도 출신의 역사학자인 디페시 차크라바르티(D. Chakrabarty)의 인류세 시대에 인간의 조건>을 번역한 『인류세에 대해 인문학이 답하다』(조성환, 이우진 옮김, 2024)를 접했다.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기후생태 위기의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온 터여서 단박에 이 책을 읽었다. 우리에게 기후생태 위기는 지구적(세계적)이면서 행성적(global-..

카테고리 없음 2025.02.16

조용한 설날

내가 태어나 80번째로 맞는 설날이다. 자랄 때는 설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새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젊어서는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신나게 놀았다. 중년에는 큰댁에 가서 차례를 지내고 대가족이 함께 모여 덕담을 나누었다. 세월이 흘러 형님들이 모두 세상을 떠났고, 막내둥이인 나 혼자 남아 있다. 해서 몇 년 전부터는 아예 설날에 구미 큰댁에 가지 않는다. 그냥 설날 집에서 가족과 함께 조용히 쉰다. 나이 들어 조용한 설날은 사실 좀 따분한 날이다. 세배를 받기는 해도 내가 세배드릴 사람이 없다. 한 분 남아 있는 서울 누님과 전화로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조카 두 사람이 새해 인사로 전화해 주었다. 그나마 삼촌 대접하는 의례적 인사지만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울산에 ..

카테고리 없음 2025.01.30

폭력에 대응하는 삶

현대는 다중위기 시대다. 기후생태 위기, 불평등 위기, 전쟁과 폭력 위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가운데 나는 기후생태 위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편이다. 최근 조창오 교수(부산대 철학과)의 폭력의 위기와 그 대응-한강 소설의 폭력론>(2025)을 접했다. 한강의 소설은 폭력에 의해 ‘고깃덩어리’로 전락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조창오는 이렇게 진단한다.  한강 소설은 생존 경쟁을 우선시하며, ‘살아남기’만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를 정면으로 고발한다. 어떤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인가,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의 문제보다도 자신의 목숨 유지에만 매달리게 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폭로한다. 누구도 애써 고귀한 삶에서 멀어지려고 하지는 않는다. 애써 자신의 가치를 낮추려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

카테고리 없음 2025.01.27

케냐를 다녀와서

아프리카 케냐는 호모 사피엔스의 본고향이다. 김성호는 『내가 만난 아프리카』(2011)에서 ‘인류의 자궁’ 아프리카로 가는 길은 잃어버린 나의 탯줄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랬다. 약 1년 전부터 제자들과 케냐 쪽으로 여행을 잡았다. 나의 수제자인 강창욱 교수(강남대 명예교수)가 약 20년 전부터 케냐에서 교육봉사 활동한 경험이 주된 계기가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식과 세상>에서 박찬석 선생(전 경북대 총장)의 ‘지리산책’ 교실(화요일)을 통해 약 3년 가까이 아프리카 이야기를 들었다. 해서 지구에서 가장 넓고 젊은 아프리카 대륙 아프리카가 왜 못사는지 궁금하던 터였다.  하지만 막상 케냐 여행을 떠나려니 이래저래 신경이 쓰였다. 뭣보다 아내가 케냐 여행을 무난히 할 수 있을지 속으로 걱정이었다. 게다가 ..

카테고리 없음 2025.01.25

마음의 평온

손녀가 쓴 행복의 본질>에서 자기다움을 실현하는 가운데 ‘마음의 평온’을 말했다. 속으로 놀랐다. 요즘 나는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 않다. 외적인 일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고자 노력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왜 그런지 나 자신을 되짚어 본다. 우선 요즘 정국이 어수선하니 맘이 편치 않다. 특히 12.3 계엄 사태 이후 그렇다. 역사의 퇴행과 민주화의 길이 험난하다는 게 나를 우울하게 한다. 이 나이에 내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지만, 우환 의식을 떨칠 수 없다.  다른 하나는 제자들과 케냐 여행을 앞두고 좀 부담스럽다. 본래 여행은 맘을 설레게 하고 즐거운 것이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왜 그런가? 우선 비행시간이 길고 황열 예방주사를 따로 맞아야 하는 게 좀 부담스럽다. 게다가 집사람이..

카테고리 없음 2025.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