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8

인류세에 에너지 패권

기후생태 위기 시대에 에너지 절제는 고사하고 에너지 패권 경쟁이 가열화되고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협하는 다중 위기 시대임을 절감한다. 이른바 인류세의 그림자가 갈수록 짙어지는 현실이다. 최근 양수영의 『세계 에너지 패권전쟁』(2025)을 접하고 보니 더욱 비관적인 생각이 든다. 경제성장을 포기하지 않고 세계적으로 인구가 계속 늘어나는 한에서 기후생태 위기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최근 트럼프가 러시아 쪽에 호의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결국 에너지 패권과 무관하지 않을 게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석유 생산국이며, 천연가스 확인 매장량은 세계 1위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매장량 규모는 미국의 3배가 넘는다. 전 세계적으로 새로 개발되는 유전이나 가스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지만, 광대한 영토를 지닌 러..

카테고리 없음 2025.04.30

'인류세'의 강을 건너지 말기를

지구에 홀로세의 안정기는 지났고, 이제 ‘우리는 인류세’(Anthropocene)에 발을 딛고 있다. 홀로세의 안정적인 기후 덕분에 약 1만 2천 년 전부터 인류는 수렵 채취를 끝내고 한곳에 정착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른바 ‘농업혁명’을 가져온 게다. 농업은 지구의 자연사에서 인류가 환경에 적응하는 대신 환경을 바꾸어 가게 했다. 벌판에 불을 질러 밭을 일구고, 멀리 흐르던 물을 끌어들여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인간은 땅의 노예가 되었다. 농업혁명으로 식량 확보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수렵하던 시대에 비해 땅에 붙들려 훨씬 많은 노동을 바쳐야만 했다. 이정모는 『찬란한 멸종』(2024)에서 농업혁명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 첫 번째 혁명이라면, 두 번째 혁명은 산업혁명이랬다. 산업혁명 덕분에 ..

카테고리 없음 2025.04.25

노년의 한계와 삶

80줄에 드니 이래저래 노화를 체감한다. 우선 청력이 떨어져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다. 아직은 난청이 심하지 않지만, 가능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말아야 한다. 다초점 안경을 착용한지 오래 되었지만, 백내장과 녹내장 약을 계속 눈에 넣고 있다. 어제는 치과에 가서 이빨을 빼고 인플란트를 심기로 했다. 당분간 소염제와 항생제를 복용하란다.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감각기관이 망가지는 건 사용할 만큼 사용했다는 게다. 이른바 노년의 한계다. 삶은 무상(無常)하다. 모든 게 변하기 마련이다. 노화에 따른 변화는 하향 곡선이다. 나이가 들어도 몸의 시간은 젊게 보내라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나도 가능하면 집에서 청소도 하고, 햇살 좋은 날 산책하기를 좋아하지만, 몸과 맘이 따라줘야 가능하다. 이즘은..

카테고리 없음 2025.04.20

삶의 속도와 깊이

해방둥이인 나는 참 가파른 격변의 삶을 살았다. 20대 중반까지는 가난한 농업사회를 살았고, 50대까지는 고도성장의 산업사회를 살았다. 총각 때는 가난했으나 결혼 후에는 고도성장 덕분에 경제적으로 차츰 안정을 찾았다. 50대 이후에 나는 산업사회와 지식정보가 혼재하는 그런 변화의 와중에 살았다. 그러다가 대학에서 정년하고 이른바 디지털 시대를 맞아 격변의 혼란을 체감한다. 솔직히 지금은 AI 기술혁신이 부담스럽다. 낯설기도 하거니와 그 변화가 두렵다. 이런 격변의 시대에 내 삶의 속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난감하다. 이미 80줄의 노인이지만, 여생에서 삶의 속도 조절과 깊이가 큰 숙제이자 하나의 곤경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즈음 나는 세상의 변화 속도도 빠르지만, 나 자신의 노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카테고리 없음 2025.04.17

특수에서 보편으로: 모두를 포용하는 통합교육

나는 오랜 세월 특수교사를 기르는 일에 종사했다. 정년하고 10년 이상이나 훌쩍 지났건만 교육공동체벗> 편집자로부터 원고청탁을 받았다. 숙의 끝에 약 20년 전에 발표한 글을 다시 보완해서 게재하는 쪽으로 합의했다. 함께 참여한 집필자는 현장 교사, 그것도 특수교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게 중에는 내가 잘 아는 제자도 있다.《특수에서 보편으로》(2025)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책을 받고 보니, 윤상원(특수교사)이 대표 저자로 머리말> 글을 쓴 게 보여 반가웠다. 그야말로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능력주의(ableism)와 장애 차별주의(dis-ableism)는 암묵적으로 공생하며 강화되었다. 오늘날 통합교육의 위기는 특수를 넘어 보편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길목을 막고 있는 능력주의와 ..

카테고리 없음 2025.04.14

노년의 여생

해방둥이로 태어난 내가 이제 80줄에 들었다. 속절없이 노년이 된 게다. 평생 교수로 일하고(1972-2012) 무사히 정년했다. 정년 후에도 내 나름 읽고 쓰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근데 그 리듬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나이 들면 ‘노인 갱년기’라는 게 있다. 그날이 그날이고 일상의 틀이 바뀌지 않고 단조롭게 유지되는 삶이다. 이른바 변화 없는 삶의 연속이다. 세계적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크는 85세 이후를 자신의 노인 갱년기랬다. 듀이는 90이 넘어서도 저술 활동을 유지했다. 대단한 노익장이다. 국문학자 조동일 교수는 80대 중반임에도 여전히 생산적인 유튜브 강의와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론물리학자 장회익 교수는 80대 후반임에도(최근에 좀 뜸하긴 하지만) 정년 이후 비교적 왕성한 저술..

카테고리 없음 2025.04.07

과정으로서의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말도 많고 탈도 많다. 때로는 참 비효율적인 게 민주주의다. 그래도 인류 역사상 민주주의를 능가하는 대안은 없단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한다는 게 지난한 과제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4.4 헌재의 탄핵 선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심한 몸살을 앓았다. 자칫 한국의 민주화가 퇴행하지 않을까 우려하던 차에 오늘 헌법재판소에서 늦었지만 탄핵 선고를 내렸다. 이로써 민주화의 촛불 빛이 다시 살아났다. 민주주의는 연속적 과정의 문제다. 연속의 전체 스펙트럼에서 한쪽 끝이 진정한 민주주의라면 다른 한쪽 끝은 독재주의 혹은 파시즘일 게다. 민주주의가 잘못되면 독재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이승만 정권 말기에 그리고 군사독재 시절에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그러고도 우..

카테고리 없음 2025.04.04

인류세와 대등론의 만남

지구 행성에서 인류세의 도래는 홀로세로 회귀할 길이 이미 차단되었음을 의미한다. 지구에서 홀로세의 기후 안정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해서 우리에게 기후변화는 돌이킬 수 없는 위기이자 재앙이다. 심지어 우리가 계속 이런 식으로 성장을 추구한다면 종국에는 인류의 종말을 피하기 어려울 게다. 다만 그 시기(속도)와 정도의 문제가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물성화된 자본의 욕망은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 지금이라도 우리는 진정한 인류세를 정립하기 위해 ‘만인-만생-만물의 대등론’을 총체적으로 구현해가야 할 터이다. 조동일은 인류 역사의 새 지표로 《대등의 길》(2024)을 냈다. 그는 꿀벌처럼 부지런히 벌꿀을 얻어내고자 ‘대등의 길’로 나아가는 탐구 여행을 시작한댔다. 여기서 만물대등은 만생대등을 포괄하고, ..

카테고리 없음 2025.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