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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남 교수의 북 콘서트

평촌0505 2023. 5. 19. 12:01

의례적인 출판기념회가 아니었다. 사회적 협동조합 <지식과 세상>에서 기획 출판한 작은 책 북 콘서트가 지난 금요일(5/12) 열렸다. 경북대에서 평생 교사를 길러내고 교육학을 연구한 김민남(경북대 명예교수) 선생의 『교육은 교육전문가에게, 왜 그래야 하는데』(2022)라는 책을 둘러싼 담론의 장이다. 저자는 발제에서 “교사라면 당연히 잘 가르친다. 그걸 만족하고 자랑하는 것은 우습다. 서로 이야기해 보고, 아름답기도 하고 모질기도 한 세상을 콕콕 찔러보는 사상이어야”한다고 했다. 그는 오늘날 교육의 중대한 시험대는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서 그 개인이 어떻게 처신할지를 가르치는 일에 생기 있는 도구 혹은 제도인지를 가리는 일”이랬다.

 

토론에 참여한 패널 세 사람(송진경, 신경진, 조세형)은 모두 현장 교사이면서 김민남 교수의 옛 제자들이다. 그들은 교육전문가인 교사들에게 교육을 맡겨서 그 교육이 과연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가를 묻는 엄중한 질문에 스스로 무거운 마음이었을 게다. 게다가 저자는 “자책하지 않는 전문가는 삶을 되돌아보지도 않는다”고 책의 부제로 대못을 박아 놓은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현장에서 공교육의 십자가를 기꺼이 감당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모두에게 열린 교육이 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삶의 경험에 내재하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했다. 해서 교육문제는 곧 사람문제이고, 칸트와 페스탈로치에 기대어 인술(art)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의미에서 듀이의 교육론은 미국역사에 기록될 수 있는 ‘모반’(revolt)으로 읽어도 좋다고 했다. 오늘 한국의 아이들은 누가 나를 대변해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자기 삶의 경험에 기초해 거침없이 ‘내 자신’을 살아야 한다는 게다. 해서 삶이 다른 무엇을 준비하는 수단일 수가 없다.

 

그는 “교육은 교사의 교육과정 작업의 실천/실험의 장이고, 학교는 교사의 교육과정 작업을 매개로 아이들의 학습의욕을 불러내는 전체적 기획”이랬다. 그는 교사에 의해 간편하게 관례화된 수업으로 축소된 교육을 나무란다. 내용은 방법에 선행한다. ‘관례화 된 수업으로 축소된 교육’에서 자칫 그들의 교육과정 활동이 ‘무엇을 가르칠 건가’라는 문제보다 ‘어떻게 가르칠 건가’는 것을 간편한 기법으로 환원하는 것을 경고한다.

 

패널에 참여한 교사들은 저자의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그들에게 숙명처럼 지워진 교직의 ‘전문성’을 다시금 겸허히 숙고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게다. 어느 듯 노교수가 되어버린 김민남 선생의 북 콘서트를 지켜보면서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아름다움이 돋보였다. 그리고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