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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나들이

평촌0505 2024. 7. 12. 11:04

지난 주말에 모처럼 집사람과 해운대 나들이를 갔다. 딸 내외가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집사람이 두어 달쯤 다리가 좀 불편했으나, 지금은 좋아지고 있다. 동대구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해운대 버스 정류장에 정오 12시경 도착했다. 딸 태영이와 사위 조 교수가 마중 나와 반갑게 합류했다. 부산은 내가 1961년부터 3년간 고등학교(동래고)를 다닌 곳이다. 그리고 해운대 동백섬에 소풍 간 추억도 있다. 1973년 결혼하고 신혼여행도 해운대로 갔다. ‘해운대 엘르지라는 대중가요 생각이 난다. 그때까지만 해도 해운대는 조용한 해수욕장이 딸린 아늑한 관광지였다.

 

그러나 지금의 해운대는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 완전히 빌딩 숲으로 변해버린 초현대식 국제도시다. 고급호텔과 아파트로 거대한 빌딩 숲을 이루고 있다. 나는 부산 해운대를 보면서 도시화에 따른 압축발전을 한 눈에 대면할 수 있었다. 집사람과 딸 내외 그렇게 네 사람이 전망 좋은 해운대 횟집에서 모처럼 신선한 회와 막걸리를 곁들여 즐거운 점심시간을 보냈다. 해운대 해수욕장과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가족과 함께 식사하니 한결 기분이 좋았다. 특히 그간 나들이에 불편함을 느끼던 집사람의 표정이 밝아서 보기에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숲길을 조금 걸어 송정행 간이열차를 탔다. 일종의 관광용 열차로 바다 쪽을 내려다 볼 수 있게 의자를 길게 배치해 놓았다. 솔밭 나무 사이로 바다와 해변의 시골 풍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해운대를 벗어나니 금방 어촌과 카페 건물이 뒤섞여 있다. 송정역에 내려 카페에서 커피와 빙수를 시켜 담소를 나누던 중, 나는 송정해변을 걷고 싶었다. 집사람과 딸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나랑 사위는 해수욕장을 따라 모래사장을 걸으러 나섰다.

 

파도에 밀려오는 바닷물이 차갑게 발목을 적신다. 모처럼 동해 바닷물과 모래를 밟고 산책하니 한결 몸이 가벼워지는 걸 느낀다. 자연과 직거래하니 몸과 마음이 금방 상쾌하다. 송정해변에서 짧은 오후 시간을 보내고 우리는 다시 간이열차를 타고 해운대로 돌아왔다. 해운대 빌딩 숲은 걸어가는 우리 존재를 압도한다. 시간이 조금 남아 해변 공원에 자리를 잡아 케이크를 먹었다. 우리 옆에 노숙자가 누워 있고, 주변에 쓰레기가 여기저기 보인다. 대도시 공원의 빛과 그림자가 압축된 모습이다.

 

우리 내외는 오후 7시 동대구행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왔다. 모처럼 나들이에 피곤했던지 집사람은 지하철 타고 오르내리는 길에 평소보다 걸음이 느렸다. 집에 오니 나도 피로를 느낀다. 우리는 이렇게 늙어 간다. 해운대도 많이 변했지만 51년 전에 신혼여행을 다녀온 우리 내외도 많이 변했다. 세월이 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