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탓인가,
빚진 마음 때문인가?
80줄인 내게
만추는 허전하다.
게다가 한 번씩 적막하다.
저녁 반주(飯酒) 끝에
나도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마누라가 놀란 눈빛으로
왜 그러냐고 다그친다.
늙어가는 마누라에게
부담 준 걸 후회한다.
나이 들어 부담이 되는 건
그 자체로 고통이자 짐일 터.
그럴 수는 없다.
허전한 마음도
낙엽처럼 떨치자!
낙엽 하나가 떨어지는 데도
온 우주의 힘이 필요하다는데.
허전한 속마음은
무슨 힘으로 감당할꼬.
방하(放下)!
다 내려놓아야 할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