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둥이인 내가
80줄에 드니,
내리 50년 넘게 함께 살아온
마누라도 70대 후반이 되었네.
세월이 무상한 줄
진즉에 알았지만,
노부부에게 노화는
도둑처럼 찾아오네.
성깔 있고 활기차던
마누라였지만
노화로 다리가 불편하니
속절없이
힘없는 노인이구려!
내 몸이 불편하면
자기 몸보다 더 챙겨주었건만,
막상 아내가 아프니
내가 더 난감하네.
‘나’라는 사람은
이 나이 되도록
자리(自利)를 명분으로
이기(利己)로 살아온 게 아닌지
아내에게 부끄럽다.
아픈 아내를 지켜보며
참회하는 늙은 내가
더 아프고 초라해 보이네.
무상(無常)한 세월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