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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소녀

누구에게나 첫사랑이라는 게 있다. 고향은 사춘기에 첫사랑을 한 곳이랬다. 그렇다. 나는 고1 여름 방학 때 고향에서 첫사랑 소녀에게 처음 연애편지라는 걸 써 보냈다. 고향을 떠나 부산서 고등학교 다닐 때, 고향 생각과 함께 첫사랑 소녀가 그리웠다. 향수와 연정이 하나로 뒤섞였다. 그래도 나는 고등학교 시절 공부는 열심히 한 편이었다. 서울서 철학과를 다니다가 대구로 내려와 특수교육 쪽으로 전공을 바꾸는 과정에서 나는 이래저래(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내 일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절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첫사랑 소녀와도 소원해졌다. 내가 대학 졸업하기 전에 그녀는 결혼했다. 나는 대학원 공부하는 과정에서 지금의 집사람을 만나 대학에 전임교수로 발령받아 곧장 결혼(1973년 4월)했다...

카테고리 없음 2024.09.26

한가위 명절에

이번 한가위 명절은 주말부터 이어져 5일간이나 연휴다. 나는 정년하고 백수 신세이니 연휴가 탄력적이다. 나이 들자 명절에 가족들이 우리 집으로 찾아오는 게 관례다. 나는 추석 당일에 아들과 손자랑 함께 해평 도문리에 성묘를 다녀왔다. 내게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와 부모님 산소, 그리고 위로 형님 세 분(형수 두 분) 산소가 순서대로 그곳에 있다. 가족 묘원이다. 우리 내외도 언젠가는 그곳으로 갈 게다.  산소에 갔다가 집에 오니 딸 내외가 와 있다. 명절에 가족이 모여 함께 만나니 반갑다. 쉬운 듯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명절에 가족은 만나지 않으면 서운하지만, 만나면 고강도의 감정 노동이 수반된다. 나이 들면 자식도 가끔 만나야 반갑지 자주 만나면 서로 부담스럽다. 가족 간의 관계일수록 ‘적정선’이라는..

카테고리 없음 2024.09.18

탄소 식민주의: 기후위기의 실체

갈수록 기후 문제가 심각하다.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로 바뀌더니 최근에는 ‘기후붕괴’라는 말이 등장한다. 기후 문제가 ‘변화-위기-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기후재앙이 체감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도 잘 사는 나라의 상류계층일수록 태평이다. 왜 그런가? 그들의 삶에서 기후 문제는 전혀 위기로 체감되지 않는다. 추우면 따뜻한 난방이, 더우면 시원한 에어컨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Laurie Parsons의 『Carbon Colonialism』(2023)에서는 기후붕괴를 수출하는 부유한 국가들의 실체를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재앙의 지리학』(2024, 추선영 옮김)으로 번역되었다. 자본주의는 대량생산-대량유통-대량소비-대량쓰레기 배출의 강고한 연결고리로 유지·강화된다. 세계화 시대에 글..

카테고리 없음 2024.09.17

3R's + R: 관계의 존재

『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탐구 보고서: The Good Life 』(2023) 다시 읽어도 좋다. ‘행복의 조건’을 찾는 하버드의 종단연구는 85년째 계속된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태도랬다. 객관적 조건보다는 삶의 태도가 중요하다. 해서 책에는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질문보다 더 근본적인 “무엇이 우리의 삶을 좋은 삶으로 만드는가?”에 집중하고 있다. 보고서는 행복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인(돈, 건강, 성공)을 인정하지만 ‘친밀한 인간관계’가 으뜸이라는 걸 거듭 강조한다. 우리는 기초교육의 도구로 진즉에 읽기, 쓰기, 셈하기의 3R’s를 강조했다. 책에는 네 번째 4R로 ‘Relationship’(관계성)을 말한다. 인간은 섬이 아니다. 모두가 대륙의 일부다. 책에는 이렇게 말한다.  읽..

카테고리 없음 2024.09.11

딸의 행복

40대 후반이 된 딸(태영)이 늦게 좋은 배필을 만나 결혼했다. 참 인연은 알 수 없다. 천생배필로 읽힌다. 두 사람이 함께 교수로 일하니 생활 리듬도 비슷하다. 귀엽게 자랐고, 하나뿐인 사랑하는 딸이다. 지난 8월 31일 양가 가족과 딸과 사위의 가까운 우인들이 함께 참석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연회자리를 마련했다. 연회석 자막에 우리 잘 살게요>라는 문구가 참 인상 깊게 와닿았다. 순서에 따라 나는 혼주로서 인사말을 이렇게 했다.  오늘 두 사람의 ‘만남’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인연은 참 신비롭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천생연분일 겁니다. 저는 대학에서 정년 고별 강의에서 다시 태어나도 교수이고 싶다 했습니다. 근데 우리 집에 교수 한 사람이 늘었습니다. 나로서는 그야말..

카테고리 없음 2024.09.07

신안 쪽 나들이

아내 생일에 즈음해 아들이 신안 쪽 자은도 씨원 리조트에 2박 3일 (8/24-8/26) 예약을 넣어 놓았다. 신안 쪽 여행은 처음이다. 경산에서 출발하니 목적지까지 300 킬로가 넘는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장거리다. 9시 경에 출발해 오후 1시가 지나 아들 태균이와 손자 경현이랑 함께 리조트에서 만났다. 아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1004 뮤지엄 파크 관광을 했다. 올 때 천사대교를 건넜는데, 신안에 섬이 무려 1004개나 된단다. 그래서 천사대교다. 다도해가 실감 난다. 섬이 많은 만큼 갯벌도 많다. 같은 바다지만 동해와 서해의 생태계가 엄청 다르다. 뿐만 아니라 서쪽으로는 물류 이동도 별로 눈에 띄지 않고 도로에 차량 주행도 비교적 한산하다. 지역에 따른 산업화의 차이가 실감난다. 그 대신 서해 쪽은..

카테고리 없음 202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