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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코발트 광산의 비극

나는 정년하고 13년째 경산 중방동에 살고 있다. 10층에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성암산이 바로 보인다. 동남쪽으로 청도 쪽 큰 산자락 밑을 따라 내려오면 코발트 광산이 있다. 경산 코발트 광산은 1937년 춘길광업소로 시작해 3년 뒤에 보국코발트광업으로 등록해 일본군수회사로 지정되었다. 그곳은 화약 원료 광업소로 알려져 있다. 6.25 전쟁이 일어나자 그해 7월부터 9월까지 이곳 코발트 광산은 국민보도연맹원과 형무소 수감자 약 3,500명을 군경이 학살한 죽음의 계곡이 되었다. 코발트 폐갱도를 비롯해 인근 대원골과 야산도 학살 현장이 되었다. 천영애의 위령시 아부지, 꿈같은 세월이 왔심더>에는 이렇게 절규하고 있다. 아부지요, 우리는요, 아부지 그렇게 돌아가시고숨도 못 쉬고 살았다 아입니꺼세상이 전부 아..

카테고리 없음 2024.10.19

한강의 문학: <소년이 온다>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한국 문학이, 한국문화와 역사가 세계의 주목을 받은 쾌거다. 경제적 선진국에서 문화적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었다. 나는 지금까지 한강의 작품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원래 소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늦었지만 소년이 온다>는 소설을 e-북으로 읽었다. 이어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있지만 잘 내려가지 않는다. 한강의 소설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상징적이고 시적 산문으로 압축된 글이다. 문학평론가 김명인 교수는 한강의 노벨문학상은 한국 근현대 문학의 풍요로운 토대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 문학의 풍요성이란 ‘식민지-전쟁-분단-냉전-군사 독재-압축성장-민주화-극한 신자유주의’의 관통, 게다가 완강한 가부장주의라는 역설적인 것들이 문학적 풍요성을 제공했..

카테고리 없음 2024.10.16

옛 제자와 통화

주말 한가한 시간 부산에서 옛 제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기 동기들끼리 만나 이야기하던 중에 교수님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단다. 이미 교직에서 정년한 60대 중반의 제자들이다. 네 사람이 돌아가면서 나랑 통화를 했다. 게 중에는 대구교대에서 내년 2월에 정년한다는 M 교수도 있었다. 네 사람 중 한 사람은 이름만 듣고는 누군지 확실히 기억나질 않는다. 어쨌거나 모두 목소리를 들으니 반갑다 전하고, 좋은 만남의 시간 가지라고 했다. 이렇게 돌아가면서 의례적인 인사말을 나누던 중 자기 폰으로 전화를 연결해준 L 제자가 목메어 우는소리로 나를 자꾸 부른다. 좀 난감했으나, 싫지는 않았다. 어제 자기들끼리 만나 부산서 1박하고 헤어지기 전에 내 이야기 끝에 통화한 것이다. 언제 내게 찾아뵙고 싶다고 했지만, 그..

카테고리 없음 2024.10.13

기후위기와 불평등 문제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 문제다. 그러나 그 위기의 책임은 지구 남반구보다 북반구의 잘사는 나라 쪽이 훨씬 크다. 불평등도 세계적 문제이긴 하지만, 나라 간의 문제라기보다 국가 내부적 문제로 그 심각성이 논의되는 경향이다. 불평등은 곧 ‘정의’(justice) 문제와 직결된다. 기후생태 위기에서 정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그만큼 잘사는 나라와 부유층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나라들의 모임인 ‘기후취약국포럼’(CVF)은 ‘지불연채’(Payment Overdue) 캠패인을 전개하면서, 선진국들을 향해 기후 부채를 갚아야 할 때라고 했다. 기후취약국포럼 회원국은 55개이고 인구는 총 14억 명으로 세계인구의 18%에 이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총량의 5%에 불과하다. ..

카테고리 없음 2024.10.10

미생물 진화와 인간의 영성

미생물의 진화과정에서 지구 생명의 막내둥이로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했다. 이것은 생명의 역사에서 우연인가 필연인가? 아마도 진화학의 관점에서 보면 우연 속의 창발적 진화일 것이다. 지구에서 생명의 역사는 30억 년 이상이지만, 척추동물의 출현은 약 5억 년 전이다. 생명의 진화과정에서 미생물(박테리아)의 역사는 곧 자연사(自然史)의 반영이다. 미생물은 생명의 원조다. 나는 미생물의 진화과정에서 본 인간존재 위상과 그 본질에 관심이 간다. 생명의 진화과정에서 인간의 위상은 하나의 종(種)에 불과하지만, 문명사의 관점에서 인류는 지구를 지배하는 유(類)로서 주목을 받는다. 인간존재의 실재(reality) 혹은 그 본질(nature)은 어떻게 진화할까? 이것은 자연사적 측면과 인문적 측면을 아우르는 질문일 게다..

카테고리 없음 2024.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