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6

손녀 이삿짐을 챙기며

서울서 공부하는 손녀가 2학기부터는 아범과 같은 아파트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원룸보다는 환경이 좋을 것 같아 다행이다. 지금까지는 아범도 을지로에서 원룸을 얻어 직장(은행)에 다니면서 주말이면 목포 집에 다녀오곤 했다. 근데 다니던 직장에서 승진하면서 20평대 아파트까지 얻어준다니 좋은 일이다. 그러나 손녀 입장에서는 혼자 생활하는 게 자유롭고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는 게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래도 아범이 딸에게 원룸 생활비를 지출하지 않는 대신 용돈을 좀 더 올려준다고 하니 거절할 명분이 없다.  손녀가 원룸을 비워줘야 하는 날에 친구들과 일본 북해도 쪽으로 여행을 갔다. 해서 부득이 우리 내외가 짐을 챙겨줘야 할 사정이 되었다. 본래 손녀는 우리 집에서 자라 서울로 대학을 갔다. 어쨌거나 손녀 ..

카테고리 없음 2024.08.26

인류세의 도전과 지구 철학

1.  ‘인류세’(Anthropocene)는 홀로세(Holocene)에 대응해 파울 크뤼천이 2000년 멕시코 국제회의에서 짜증스럽게 불쑥 뱉은 말이다. 불과 20년 남짓 사용되기 시작한 ‘인류세’ 개념은 이제 과학, 인문학, 예술,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사용된다. 본래 ‘인류세’는 지질연대표를 지칭하는 용어다. 홀로세에서 인류세로의 이행은 기후를 포함한 대기권, 해수면을 포함한 수권, 생물권, 그리고 지구 표면을 구성하는 물질과 그 이동방식을 포괄한다. 홀로세에서 인류세로의 이행은 이른바 ‘상전벽해’(桑田碧海)다. 그 변화를 보여주는 많은 도식(탄소배출, 콘크리트와 철강생산, 컴퓨터 보급, 육류 소비, 플라스틱 소비, 쓰레기 배출 등)은 19세기까지는 거의 수평을 이루었으나, 20세기에 들어와 특히 1..

카테고리 없음 2024.08.22

해운대 바닷가에서

이번 여름에 두 번째로 해운대를 가는 행운을 얻었다. 딸 내외가 우리 집에 왔다 가는 길에 우리 부부를 동반 초청한 게다. 8월 하순 집사람 생일 때 다시 오기가 어려워 이래저래 우리 노부부가 해운대로 동행한 게다. 해운대는 내가 고등학교 시절 동백섬에 소풍 간 추억이 있다. 그리고 1973년 4월 신혼여행을 해운대로 갔다. 51년 전 이야기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갔다. 그때만 해도 해운대는 조용한 해변이었다. 지금은 국제 관광도시로 변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우리 일행은 기장 쪽에서 전복죽과 해물을 곁들여 저녁 식사했다. 반주로 사위랑 소맥(소주+맥주)을 마셨더니 한결 기분이 좋았다. 그곳 해변에서 가볍게 산책하고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왔다. 밤바다에도 사람이 많이 보였다. 나는 태평양 동..

카테고리 없음 2024.08.12

죽음의 철학: 죽음을 기억하라!

나면 죽는다. 생사불이(生死不二)랬다. 삶과 죽음은 둘이 아니다. 죽음은 삶의 끝인데, 종교에서는 윤회를 말한다. 나는 윤회를 그대로 믿지는 않지만, 부정하지도 않는다. 정년 후에 나이 들면서 자연히 ‘죽음학’(Dead Studies) 쪽으로 관심이 쏠린다. 살아 온 날에 비해 죽을 날이 가까워지니 당연히 죽음과 친해지기 마련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두 가지가 따라붙는다. 하나는 살아온 삶을 반추하면서 여생을 어찌 보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어찌하면 잘 죽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흔히 잘 살면 잘 죽는단다. 그래서 죽음학이 있는가 보다. 어쨌거나 두 측면의 문제 모두 쉽지 않다.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지난하다. 어쩌면 답이 없는 문제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죽음을 철..

카테고리 없음 2024.08.08

함양 나들이 여행

모처럼 아내와 함께 1박 2일로 함양 쪽으로 피서 겸해 여행을 떠났다. 사실 그동안 손녀 지현이를 돌보느라 우리 내외 따로 여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손녀가 막상 서울로 대학을 가고 나니 집사람 건강이 좋지 않아 이래저래 어려운 터다. 본래 아내는 여행하길 좋아했으나, 지금은 막상 몸이 따라 주질 않는다. 궁리 끝에 집사람이 가고 싶어 하기도 해서 함양 쪽을 택했다. 7월 31일(수) 아침 9시경 경산 집을 출발해 거창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바로 함양으로 갔다. 첫 방문지는 지리산 자락 산머루 테마농원 ‘하미앙’을 택했다. 팜마켓을 들려 와인 시음을 하고 지하 와인 숙성실을 거쳐 와인동굴에 들어가니 시원했다. 청도에 있는 와인동굴에 비하면 단조롭고 규모가 작았다. 고로쇠 쉼터를 끼고 아담한 잔디..

카테고리 없음 2024.08.04

기후의 철학: 기후 생태 위기 시대에 삶과 철학

인류세의 철학은 인간(인류)에 대한 도전적 철학이다. 나는 인류세 철학의 연장에서 혹은 그 대안으로 기후의 철학을 생각한다. 최근 이진경과 최유미 공저로 『지구의 철학: 모면할 길 없는 기후위기 시대의 삶에 부침』(2024)을 읽었다. 기후위기 시대에 인간의 철학은 지구의 철학으로까지 확장·전치되어야 할 게다. 저자는 지구의 철학이란 지구를 대상으로 하는 철학이 아니라 지구를 주어로 하는 철학이랬다. 지구를 주어로 삼는다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지구를 철학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 인간이다. 일종의 형용모순이다. 책의 서론에서 “경제학, 정치학, 사회학, 역사학 등 인간을 주어로 하는 이론과 개념 안에서, 지구를 주어로 (전치)하는 사유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들이 지구에 대해 말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

카테고리 없음 2024.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