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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나들이 여행

평촌0505 2024. 8. 4. 09:35

모처럼 아내와 함께 12일로 함양 쪽으로 피서 겸해 여행을 떠났다. 사실 그동안 손녀 지현이를 돌보느라 우리 내외 따로 여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손녀가 막상 서울로 대학을 가고 나니 집사람 건강이 좋지 않아 이래저래 어려운 터다. 본래 아내는 여행하길 좋아했으나, 지금은 막상 몸이 따라 주질 않는다. 궁리 끝에 집사람이 가고 싶어 하기도 해서 함양 쪽을 택했다. 731() 아침 9시경 경산 집을 출발해 거창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바로 함양으로 갔다. 첫 방문지는 지리산 자락 산머루 테마농원 하미앙을 택했다.

 

팜마켓을 들려 와인 시음을 하고 지하 와인 숙성실을 거쳐 와인동굴에 들어가니 시원했다. 청도에 있는 와인동굴에 비하면 단조롭고 규모가 작았다. 고로쇠 쉼터를 끼고 아담한 잔디 광장을 걸어 올라갔다. 광장 위에 레스토랑과 커피숖이 있어, 함박 스테익과 와인을 곁들여 점심을 먹었다. 와인 맛이 달콤하면서도 진했다. 식사 후에 족욕 체험장에 들려 집사람과 20분 남짓 따뜻한 물에 발을 담궈 족욕을 했다. 족욕을 하는 동안 대구서 온 중년 부부에게 함양 관광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얻었다. 그들은 우리 노부부에게 참 친절히 대해 주었다.

 

오후에 우리는 함양 부전계곡 쪽으로 차를 몰았다. 계곡 위쪽 용추폭포에 당도 했다. 폭포 물이 시원하게 떨어지고 있어, 근처로 내려가 보니 여기저기 사람들이 앉아 있다. 폭포수 밑에 발을 넣어 보고 싶었으나, 그냥 포기했다. 그나마 집사람은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오는 길에 개평 한옥마을을 들렸다. 한낮의 햇볕이 따가웠다. 한옥마을 안내원이 부근 명소로 남계서원과 상림공원을 추천해 주었다.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남계서원은 정여창의 학덕을 기리는 서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함양 중심가에 자리한 상림공원에는 폭염을 피해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상림은 신라 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함양 태수로 있으면서 조성한 숲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조림이란다. 울창한 숲속 길을 맨발로 걸으면서 산책을 즐겼다. 집사람은 걷기가 불편해 중간에서 쉬고 있었다. 상림에서 차를 몰아 예약한 웰빙니스 인산가 호텔 쪽으로 갔다. 호텔 위치가 지리산 자락 아늑한 숲속에 자리하고 있었다. 주변 경관이 참 좋았다. 손녀 지현이가 선택해 예약을 넣어준 곳이다.

 

호텔 207호에 들어가 짐을 풀고 밖을 내려다보니 소나무 숲이 울창하게 뻗어 있다. 간단히 샤워하고 호텔 식당으로 내려갔다. 반주로 맥주를 주문했다. 내게는 낮에 먹은 와인이 더 좋았다. 여행을 나오면 꼭 반주를 곁들여야 피로가 풀린다. 저녁 식사 후 우리 내외는 호텔 주변 소나무 숲속으로 가벼운 산책을 했다. 피곤한 탓에 호텔 방에 들어와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다. 아침 일찍 잠이 깨어 샤워하고 호텔 위쪽으로 혼자서 산책했다. 아침 식사는 호텔에서 전복죽으로 때웠다.

 

오전 9시가 지나 호텔 체크 아웃을 하고 함양 대봉산 휴양밸리로 차를 몰았다. 봉황이 잠든 곳이라는 대봉산에서 국내에서 가장 긴 모노레일을 타고 산 정상까지 갔다. 1,000억 원이라는 예산을 들여 이곳에 스카이랜드를 조성한지 4년이나 되었단다. 지방에 어찌 이런 관광 시설을 조성했는지 놀랍다. 게다가 자연 훼손까지 하면서 이런 휴양 밸리를 만든 게 잘한 일인지 나로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살기 좋아졌다지만, 예산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점심을 먹고 농월정’(弄月亭) 쪽으로 차를 몰았다. 이곳은 조선 중기 때 학자인 지족당 박명부(知足堂 朴明榑, 1571-1639) 선생이 광해군 때 영창대군의 죽음과 인목대비의 유배에 대해 부당함을 직간하다가 파직되어 고향에 돌아와 은거 생활하던 중 지은 정자다. 정자 앞 너륵 바위가 인상적이다. ‘농월정은 달 밝은 밤에 냇물에 비친 달빛이 달을 희롱한다(弄月)는 풍류를 함축하고 있다. 주차장 카페에서 더위를 식힐 겸 과일 주스와 커피를 한 잔 마시고, 거창을 경유해 가야산 해인사 쪽으로 차를 몰았다.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을 보유한 동방 제일의 성지/도장으로 불린다. 나는 우리나라 문화유산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든다면 과학적 소리글자인 한글과 팔만대장경 목판을 들고 싶다. 한글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문맹인이 가장 적다. 팔만대장경은 고려조 호국불교의 상징이다. 세계적인 불교문화의 유산이다. 가야산 해인사 입구의 노송은 여전히 일품이다. 아내는 걸어서 올라가기가 힘들어 나 혼자서 해인사 입구까지 갔다 왔다. 경내에 불교 서점을 둘러보고 싶었으나, 밑에서 기다리는 아내를 생각해 포기했다.

 

우리 내외는 가야산 뒤편 수륜 쪽으로 방향을 잡아 대구로 돌아왔다. 이곳을 지나면서 우리는 수륜 밤산에서 보낸 가을의 전설을 떠올렸다. 우리 내외에게 수륜 밤산은 많은 추억을 안겨 준 곳이다. 지금 생각하니 그 밤산이 참 고맙다. 이렇게 우리 노부부는 12일간의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역시 여행은 새로운 활력을 안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