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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바닷가에서

평촌0505 2024. 8. 12. 12:38

이번 여름에 두 번째로 해운대를 가는 행운을 얻었다. 딸 내외가 우리 집에 왔다 가는 길에 우리 부부를 동반 초청한 게다. 8월 하순 집사람 생일 때 다시 오기가 어려워 이래저래 우리 노부부가 해운대로 동행한 게다. 해운대는 내가 고등학교 시절 동백섬에 소풍 간 추억이 있다. 그리고 19734월 신혼여행을 해운대로 갔다. 51년 전 이야기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갔다. 그때만 해도 해운대는 조용한 해변이었다. 지금은 국제 관광도시로 변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

 

우리 일행은 기장 쪽에서 전복죽과 해물을 곁들여 저녁 식사했다. 반주로 사위랑 소맥(소주+맥주)을 마셨더니 한결 기분이 좋았다. 그곳 해변에서 가볍게 산책하고 해운대 해수욕장으로 왔다. 밤바다에도 사람이 많이 보였다. 나는 태평양 동쪽 끝 해운대에서 바닷물에 발목을 적시면서 모처럼 해변을 걸었다. 한참 걷다가 보니 집사람이 모래사장으로 걸어오기에 해변 모래사장에 함께 자리를 잡았다. 모래가 참 부드러웠다. 어릴 적에 낙동강 변에서 멱감고 놀던 추억이 떠올랐다. 낙동강 변 모래는 한낮에 발바닥에 따끈하게 와 닿았지만, 해운대 해수욕장 밤 모래는 보드랍고 습기가 조금 느껴졌다.

 

해변 모래사장에 앉아 있으니 바람이 시원했다. 대구 파동에 살 때 가창 냇가에 앉아 있으면 계곡에서 부는 바람이 시원했다. 시원한 건 마찬가지여도, 바닷바람은 습기가 좀 묻어 있다. 모처럼 집사람과 해변에서 밤바다 풍경을 즐기던 중에 딸과 사위가 와서 함께 해변을 걸었다. 주말이어서 해운대 일대는 사람도 많았고 축제 분위기 같았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 무슨 장기자랑을 하는 뒤편에 자리를 잡아 우리는 생맥주로 목을 축였다. 활기가 느껴지는 밤의 해변 풍경이다.

 

10시경에 우리는 사위가 사는 아파트로 돌아왔다. 34층 고층 아파트는 처음이다. 사위는 우리 내외에게 큰방을 내어주어 간단히 씻고 편안하게 잠들었다. 집사람은 잠자리가 바뀌어 쉽게 잠들지 못했는가 보다. 아침에 깨어 샤워하고 거실에 나와 밖을 내려다보니 동백섬과 오륙도가 가까이서 보였다. 맑은 날은 대마도도 보인다는 데 멀리 안개가 끼어 보이질 않았다. 나는 동백섬 숲을 직접 걸어보고 싶었다. 10시 무렵 아파트에서 나와 청사포 쪽으로 산책을 하고 12시경에 생선구이 식당에서 갈치찌개와 소고기 찌개를 2인분씩 주문해 점심을 든든히 먹었다.

 

식사 후에 우리 일행은 서둘러 예약해 놓은 유람선을 타기 위해 이동했다. 도착해 보니 이미 사람들이 유람선 선착장에 줄지어 서 있었다. 유람선은 약 70분간 해운대에서 출발해 오륙도를 한 바퀴 돌고 연안을 돌아오는 코스였다. 부산 바닷가 숲길과 해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동남해 쪽으로는 망망대해가 이어졌다. 나는 모처럼 유람선에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면서 1967년에 파월 장병 위문단(대학생 대표)으로 부산서 대만을 경유, 남 지나 해를 거쳐 해군 군함으로 베트남을 방문한 기억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나로서는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 장기 항해 경험이었다.

 

파도를 타고 유람선이 흔들리니 돌아오는 길에 조금 속이 울릉였으나, 견딜 만했다. 나이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집사람은 그냥 바다 유람을 즐기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우리는 유람선 여행을 마치고 카페에서 빙설을 먹으면서 이번 여행을 마무리했다. 해운대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동대구 용계에서 하차하니 5시가 조금 지났다. 주말에 해운대 여행을 잘 다녀왔다. 복 받은 노부부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