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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의 선물: 작은 수첩

평촌0505 2025. 3. 29. 13:01

작년에 대학생이 된 손녀(지현)가 새해 선물로 내게 작은 수첩을 사주었다. 내가 수첩을 들고 다니는 걸 눈여겨보았던가 보다. 할아버지에 대한 손녀의 관심이 기특하다. 손녀는 어릴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우리 집에서 함께 살았다. 손녀는 우리 집 오아시스였다. 특히 아내의 손녀에 대한 내리사랑은 지극하다. 지금도 아내는 손녀가 서울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늦게 귀가하면 꼭 확인차 전화를 건다.

 

오늘은 손녀가 선물로 준 수첩에 생각나는 김에 인류세에 살아가기라는 제목을 메모했다. 그리고는 디지털 시대 삶의 양식에서 인류세 삶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생태적 삶의 복원과 영성적 삶에 친숙해지기라고 적었다. 이런 식으로 내 블로그에 포스팅할 글 제목과 아이디어를 수첩에 적어 놓은 게다. 내친김에 오늘은 산책길에 아예 수첩을 들고 나갔다. 한쪽 손에 수첩과 핸드폰을 포개어 들 수 있어 좋았다.

 

봄날에 산책하면 살아 있는 자연의 쉬지 않는 변화에 가끔은 경외심이 작동한다. 때로는 봄꽃이 좋아 핸드폰 카메라에 담는다. 그러고는 딸과 손녀에게 카톡으로 전송하는 것이 봄날에 나의 소소한 낙이다. 이런 식으로 디지털 시대에 나도 모르는 사이 에너지 소모는 늘어난다.

 

어쨌거나 나는 손녀가 준 작은 수첩에 생각나는 대로 뭔가 메모해 둘 참이다. 사랑하는 손녀를 생각하면서 여러모로 수첩을 애용하고 싶다. 나는 손녀가 교양과목 과제 리포트를 읽어달라고 메일로 보내오면 만사 제쳐 놓고 금방 회신해 준다. 그러고 나면 한결 기분이 좋다. 자라는 나무도 보기 좋은 데 항차 잘 자라는 나의 손녀가 아닌가!

 

손녀가 내게 준 작은 수첩은 내 생각의 정수를 담는 보고(寶庫)로 쓰일 터이다. 나는 손녀 지현이가 할아버지의 생각을 딛고 내 어깨에 우뚝 서서 진정한 인류세를 당당히 살아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렇게 대를 이어 생각과 삶의 진화는 이어진다. 오늘은 손녀 덕분에 기분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