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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의 인간학

인류세는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특이한 곤경이다. 우리에게 인류세는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곤경’이다. 문제는 노력하는 만큼 해결이 가능하지만, 곤경은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이자 난관이다. 인류세에 기후생태 위기는 우리에게 죽고 사는 실존적 위기다. 아니 그 위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의 곤경이자 난제다. 앤 드루얀은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2020)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깨어날 수 있을까? 기후변화와 핵 재앙이 인류문명과 수많은 다른 종들을 돌이킬 수 없게끔 파괴하는 미래로 몽유병자처럼 걸어가는 일을 어떻게 하면 그만둘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을 —공기, 물, 지구의 생명을 떠받치는 구조, 미래를— 돈과 단기적 편리보다 귀하게 여기는 법을 ..

카테고리 없음 2025.02.21

인류세에 인간의 존재: 인류세 인문학 담론

약 12,000년 동안 이어져 온 홀로세는 막을 내리고 인류세(anthropocene)가 도래했다. 인류세는 인간의 힘이 비대해져 지구 시스템에 균열을 일으킨 시대다. 인류세는 길게는 산업혁명 이후부터 짧게는 20세기 중반 이후 도래한 대격변의 시대를 지칭한다. 나는 홀로세의 마지막 세대이자 인류세의 첫 세대다. 그야말로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게다. 최근 인도 출신의 역사학자인 디페시 차크라바르티(D. Chakrabarty)의 인류세 시대에 인간의 조건>을 번역한 『인류세에 대해 인문학이 답하다』(조성환, 이우진 옮김, 2024)를 접했다.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기후생태 위기의 인문학>에 관심을 가져온 터여서 단박에 이 책을 읽었다. 우리에게 기후생태 위기는 지구적(세계적)이면서 행성적(global-..

카테고리 없음 2025.02.16

조용한 설날

내가 태어나 80번째로 맞는 설날이다. 자랄 때는 설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새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젊어서는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신나게 놀았다. 중년에는 큰댁에 가서 차례를 지내고 대가족이 함께 모여 덕담을 나누었다. 세월이 흘러 형님들이 모두 세상을 떠났고, 막내둥이인 나 혼자 남아 있다. 해서 몇 년 전부터는 아예 설날에 구미 큰댁에 가지 않는다. 그냥 설날 집에서 가족과 함께 조용히 쉰다. 나이 들어 조용한 설날은 사실 좀 따분한 날이다. 세배를 받기는 해도 내가 세배드릴 사람이 없다. 한 분 남아 있는 서울 누님과 전화로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조카 두 사람이 새해 인사로 전화해 주었다. 그나마 삼촌 대접하는 의례적 인사지만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울산에 ..

카테고리 없음 2025.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