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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설날

내가 태어나 80번째로 맞는 설날이다. 자랄 때는 설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새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젊어서는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신나게 놀았다. 중년에는 큰댁에 가서 차례를 지내고 대가족이 함께 모여 덕담을 나누었다. 세월이 흘러 형님들이 모두 세상을 떠났고, 막내둥이인 나 혼자 남아 있다. 해서 몇 년 전부터는 아예 설날에 구미 큰댁에 가지 않는다. 그냥 설날 집에서 가족과 함께 조용히 쉰다. 나이 들어 조용한 설날은 사실 좀 따분한 날이다. 세배를 받기는 해도 내가 세배드릴 사람이 없다. 한 분 남아 있는 서울 누님과 전화로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조카 두 사람이 새해 인사로 전화해 주었다. 그나마 삼촌 대접하는 의례적 인사지만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울산에 ..

카테고리 없음 2025.01.30

폭력에 대응하는 삶

현대는 다중위기 시대다. 기후생태 위기, 불평등 위기, 전쟁과 폭력 위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 가운데 나는 기후생태 위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편이다. 최근 조창오 교수(부산대 철학과)의 폭력의 위기와 그 대응-한강 소설의 폭력론>(2025)을 접했다. 한강의 소설은 폭력에 의해 ‘고깃덩어리’로 전락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조창오는 이렇게 진단한다.  한강 소설은 생존 경쟁을 우선시하며, ‘살아남기’만을 강조하는 한국 사회를 정면으로 고발한다. 어떤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인가,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의 문제보다도 자신의 목숨 유지에만 매달리게 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폭로한다. 누구도 애써 고귀한 삶에서 멀어지려고 하지는 않는다. 애써 자신의 가치를 낮추려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

카테고리 없음 2025.01.27

케냐를 다녀와서

아프리카 케냐는 호모 사피엔스의 본고향이다. 김성호는 『내가 만난 아프리카』(2011)에서 ‘인류의 자궁’ 아프리카로 가는 길은 잃어버린 나의 탯줄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랬다. 약 1년 전부터 제자들과 케냐 쪽으로 여행을 잡았다. 나의 수제자인 강창욱 교수(강남대 명예교수)가 약 20년 전부터 케냐에서 교육봉사 활동한 경험이 주된 계기가 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식과 세상>에서 박찬석 선생(전 경북대 총장)의 ‘지리산책’ 교실(화요일)을 통해 약 3년 가까이 아프리카 이야기를 들었다. 해서 지구에서 가장 넓고 젊은 아프리카 대륙 아프리카가 왜 못사는지 궁금하던 터였다.  하지만 막상 케냐 여행을 떠나려니 이래저래 신경이 쓰였다. 뭣보다 아내가 케냐 여행을 무난히 할 수 있을지 속으로 걱정이었다. 게다가 ..

카테고리 없음 2025.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