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 80번째로 맞는 설날이다. 자랄 때는 설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새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젊어서는 설날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신나게 놀았다. 중년에는 큰댁에 가서 차례를 지내고 대가족이 함께 모여 덕담을 나누었다. 세월이 흘러 형님들이 모두 세상을 떠났고, 막내둥이인 나 혼자 남아 있다. 해서 몇 년 전부터는 아예 설날에 구미 큰댁에 가지 않는다. 그냥 설날 집에서 가족과 함께 조용히 쉰다. 나이 들어 조용한 설날은 사실 좀 따분한 날이다. 세배를 받기는 해도 내가 세배드릴 사람이 없다. 한 분 남아 있는 서울 누님과 전화로 새해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조카 두 사람이 새해 인사로 전화해 주었다. 그나마 삼촌 대접하는 의례적 인사지만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울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