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무상(無常)하다. 해방둥이인 내가 팔순을 맞는다. 어머니는 이른 아침에 보리쌀 씻다가 나를 낳았단다. 광복을 20여 일 앞둔 때(1945년 음력 6월 18일)였다. 어제가 79년 전 그날이다. 어머니가 그립다. 내게 살아온 날은 길고 살아갈 날은 그리 많지 않다. 격변의 세월을 살았다. 식민 통치하의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나 지금은 선진국 반열에 든 나라에서 노년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압축성장한 만큼 나도 압축적 인생을 살 수밖에 없었다. 한반도에서 내 평생은 분단 시대의 삶이다. 이제는 분단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분단의 끝자락이 잘 보이질 않는다. 분단의 선은 강대국의 냉전체제 산물이지만, 그게 하나의 체제로 굳어지는 과정에서 우리 민족 내부의 책임도 크다. 내 인생 여정에서 가장 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