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6

혼자 남은 슬픔

작가 김훈은 나이 들어 슬픈 건 진짜 슬픈 것이랬다. 5남매 중 4형제의 막내인 내가 어느 날 혼자 남게 되었다. 위로 형님 두 분이 돌아가시고 마지막 남은 형님도 지난 4월에 이 세상과 작별 했다. 부모님이 별세하신 것은 세대 차의 순리로 그냥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막상 바로 위의 형님까지 돌아가시고 보니 같은 핏줄 중에 나만 외따로 세상에 버려진듯하다. 나는 한 참 늦둥이여서 부모님의 사랑도 적잖이 받았지만, 나이 차이가 많아 형님들로부터도 귀여움을 받으면서 자랐다. 그래서 인지 이번에 셋째 형님이 돌아가시고는 그 슬픔의 여운이 비교적 오래 간다. 언젠가는 나도 먼저 돌아가신 형님들 산소 끝자락 어디쯤엔가 뼈를 묻게 될 터. 집에서 거실을 지나치다 어느 초로의 여인이 ‘꿈에 본 내 고향’ 노래를 구..

나의 이야기 2020.06.17

가사노동의 가치와 청소의 힘

코로나 환란으로 그냥 집에서 삼시 세끼를 내리 챙겨 먹어보니, 집사람의 가사노동 실태가 훤히 눈에 들어온다. 평생해온 일이려니 생각했는데, 이제 집사람 나이도 70대 초입이다. 어머니는 젊어서 농사(주로 밭)일과 가사노동을 함께 감당을 했지만, 40대 중반 이후부터 부엌일은 손을 놓으셨다. 며느리에게 부엌일을 넘겨주고 대신 손주들을 돌보면서 소일하였다. 손주들이 자라고 회갑 무렵에는 집안에서 어른대접 받으면서 비교적 한가롭게 노년을 보내셨다. 근데 집사람은 젊어서 농사일은 하지 않았지만, 결혼 이후 부엌일은 물론 여타 가사노동을 전담해 왔다. 그리고 집사람에게 그 가사노동은 끝날 날을 기약하기 어렵다. 아마도 노령에 자기 손으로 하던 일을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은 두 가지 대안뿐이다. 그 하나는 실버타운이..

나의 이야기 2020.06.07

아내와 딸이 여행을 떠나고, 혼자 있는 즐거움

혼자 있는 즐거움     이번에 자발적으로 혼자 약 일주일 동안 집에 머무는 기회를 가졌다. 이런저런 불가피한 사정으로 혼자 지내는 일이야 누구에게나 더러 있는 일이다. 집사람이 딸과 해외여행 코스를 동유럽 쪽으로 잡았단다. 내가 얼른 감을 잡고 딸에게 진적에 못을 박았다. 이번에는 모처럼 네 어머니랑 여행하면서 모녀간에 좋은 추억을 만들어라. 나는 다른 일도 있고 해서 이번 여행에는 빠질 테니 어머니께 네가 잘 말해라. 딸이 얼른 감을 잡고 그래도 어머니가 서운해 할 텐데 라며 말꼬리를 내린다. 이런저런 잔소리를 더러 하긴 하지만, 집사람은 그래도 여행만큼은 당연히 나랑 같이 가는 걸로 각인되어 있는 사람이다. 이 나이에 그만 해도 다행이다.    예정대로 여행 출발하는 날 이른 아침에 집사람과 딸,..

나의 이야기 2016.02.05

삶의 여정(2)

나는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공부한 1세대이다. 농교육을 전공하고 교과는 일반사회교육을 전공했다. 당시 졸업요구 학점이 160학점인데 무려 198학점이나 이수했다. 지금 생각하니 등록금은 적게 내고 학점은 엄청 따서 본전을 뺐다는 생각이 든다. 특수교육과를 졸업하고 경북대에서 석사과정은 교육철학을 공부했다. 그래서 내딴엔 특수교육과 교육철학의 접목을 시도했다.이런 인연으로 해서 지금도 대학과 대학원에서 '특수교육철학과 역사'는 내가 맡는 단골 강좌가 되었다. 지금 생각하니 겁도 없이 비교적 젊은 나이의 조교수 시절에 '특수교육의 역사적 이해'(1977)라는 저서를냈다. 당시에 원체 특수교육 전문서적이 제한적이어서 비교적 후학들에게 많이 읽혀져 1982년에 Gallaudet대학에 객원연구교수로 있으면서 개정판..

나의 이야기 2010.08.05

삶의 여정(1)

나는 경북 구미 고아읍 괴평리에서 1945년 광복을 불과 20일 앞두고 세상에 태어났다. 어머니께서 선비가 백마 타고 대국 들어가는 태몽 꿈을 꾼 탓인지 평생을 이렇게 교수 노릇하고 산다. 6.25 전쟁 때는 낙동강을 건너 걸어서 영천을 거쳐 청도까지 고된 피난 길을 갔다 왔다. 피난 길 후유증으로 한동안 나는 걷지를 못하고 방에서 누워 있어야 할 정도 였다. 지금도 6.25 피난길 장면을 보면 그 속에 내가 있지나 않은지, 우는 아이는 또 다른 내또래 아이라는 정감이 간다. 해서 전쟁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 우리에게 어떤 명분이든 전쟁은 악이다. 그리고 저주다. 그 전쟁을 치루고 교실도 제대로 없는 초등학교엘 들어 갔다. 봄에서 여름까지는 나무밑에서 칠판을 걸어놓고 공부했다. 천막교실에서 분유가루 끌인..

나의 이야기 2010.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