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홀로세의 안정기는 지났고, 이제 ‘우리는 인류세’(Anthropocene)에 발을 딛고 있다. 홀로세의 안정적인 기후 덕분에 약 1만 2천 년 전부터 인류는 수렵 채취를 끝내고 한곳에 정착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른바 ‘농업혁명’을 가져온 게다. 농업은 지구의 자연사에서 인류가 환경에 적응하는 대신 환경을 바꾸어 가게 했다. 벌판에 불을 질러 밭을 일구고, 멀리 흐르던 물을 끌어들여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인간은 땅의 노예가 되었다. 농업혁명으로 식량 확보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수렵하던 시대에 비해 땅에 붙들려 훨씬 많은 노동을 바쳐야만 했다. 이정모는 『찬란한 멸종』(2024)에서 농업혁명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 첫 번째 혁명이라면, 두 번째 혁명은 산업혁명이랬다. 산업혁명 덕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