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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세'의 강을 건너지 말기를

지구에 홀로세의 안정기는 지났고, 이제 ‘우리는 인류세’(Anthropocene)에 발을 딛고 있다. 홀로세의 안정적인 기후 덕분에 약 1만 2천 년 전부터 인류는 수렵 채취를 끝내고 한곳에 정착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른바 ‘농업혁명’을 가져온 게다. 농업은 지구의 자연사에서 인류가 환경에 적응하는 대신 환경을 바꾸어 가게 했다. 벌판에 불을 질러 밭을 일구고, 멀리 흐르던 물을 끌어들여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인간은 땅의 노예가 되었다. 농업혁명으로 식량 확보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수렵하던 시대에 비해 땅에 붙들려 훨씬 많은 노동을 바쳐야만 했다. 이정모는 『찬란한 멸종』(2024)에서 농업혁명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 첫 번째 혁명이라면, 두 번째 혁명은 산업혁명이랬다. 산업혁명 덕분에 ..

카테고리 없음 2025.04.25

노년의 한계와 삶

80줄에 드니 이래저래 노화를 체감한다. 우선 청력이 떨어져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다. 아직은 난청이 심하지 않지만, 가능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말아야 한다. 다초점 안경을 착용한지 오래 되었지만, 백내장과 녹내장 약을 계속 눈에 넣고 있다. 어제는 치과에 가서 이빨을 빼고 인플란트를 심기로 했다. 당분간 소염제와 항생제를 복용하란다.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감각기관이 망가지는 건 사용할 만큼 사용했다는 게다. 이른바 노년의 한계다. 삶은 무상(無常)하다. 모든 게 변하기 마련이다. 노화에 따른 변화는 하향 곡선이다. 나이가 들어도 몸의 시간은 젊게 보내라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나도 가능하면 집에서 청소도 하고, 햇살 좋은 날 산책하기를 좋아하지만, 몸과 맘이 따라줘야 가능하다. 이즘은..

카테고리 없음 2025.04.20

삶의 속도와 깊이

해방둥이인 나는 참 가파른 격변의 삶을 살았다. 20대 중반까지는 가난한 농업사회를 살았고, 50대까지는 고도성장의 산업사회를 살았다. 총각 때는 가난했으나 결혼 후에는 고도성장 덕분에 경제적으로 차츰 안정을 찾았다. 50대 이후에 나는 산업사회와 지식정보가 혼재하는 그런 변화의 와중에 살았다. 그러다가 대학에서 정년하고 이른바 디지털 시대를 맞아 격변의 혼란을 체감한다. 솔직히 지금은 AI 기술혁신이 부담스럽다. 낯설기도 하거니와 그 변화가 두렵다. 이런 격변의 시대에 내 삶의 속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난감하다. 이미 80줄의 노인이지만, 여생에서 삶의 속도 조절과 깊이가 큰 숙제이자 하나의 곤경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즈음 나는 세상의 변화 속도도 빠르지만, 나 자신의 노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카테고리 없음 2025.04.17